하룻밤 사이에, 구경민은 수염이 많이 자라 있었다. 그의 초췌한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매우 속상하게 만들었다. 만약 신세희가 예전과 같은 이미지로 구경민을 봤더라면, 그녀도 구경민을 보고 속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신세희는 구경민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부소경의 사무실에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생사를 예측할 수 없었으며 당장이라도 부소경이 자신을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때 사업이나 일자리는 더욱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매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을 때, 구경민이 온화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세희 씨 본인 사업 하고싶으면 하세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해도 좋고요. 건축 좋아하신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해보시면 되겠네요.” 그 한번으로 인해, 신세희는 구경민의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 나중에 구경민의 친한 여사친을 만났을 때, 신세희는 고윤희의 온화함과 허세 없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고윤희의 온화함과 우아함, 그리고 허세도 없는 그 모습과 모두에게 무해한 모습은 정말 신세희가 봤을 때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구경민 곁을 몇 년이나 지켰는데, 그가 쫓아냄으로 인해 쫓겨나고 말았다. 이 순간, 신세희는 당장이라도 구경민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옆에 있던 아이마저도 눈을 굴리며 구경민을 보았다. “삼촌 미워! 삼촌은 못된 아저씨야! 우리 아빠보다 못 됐어!” 이 순간, 그는 억울했다. 삼촌 얘기를 하다가 왜 불똥이 자기한테 튄 거지? 아빠보다 더 못됐다니! 아빠가 못된 적이 있었나? “소경아 미안해. 너까지 욕먹게 해서.” 구경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부소경을 보았다. “우선 차에 타.” 부소경은 구경민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있어도 그는 아이 앞에서 그에게 망신을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부소경은 누구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꾸짖는 귀찮은 일은 신세희가 해야 했다. 하지만 부부가 다 누군가를
그는 너무 후회돼서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그는 단순하게 구씨 가문 입장만 생각하고 말을 한 거라 인간관계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 순간, 구서준은 외숙모랑, 민정아, 그리고 엄선희가 자신의 임시 둘째 숙모와 굉장히 굳건한 관계라는 게 떠올랐다. 그는 말을 더듬으며 인정했다. “그… 그 여자는… 밖에서 미친 듯이 놀았죠.” 신세희는 또 물었다. “그 여자랑 둘째 삼촌이랑 약혼했어요?” “아… 아니요.” “그 여자랑 삼촌이랑 안 만난지 얼마나 됐어요?” “거… 거의 10년 다 됐죠…”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 “그럼 그게 무슨 둘째 숙모예요? 네? 대답해 보세요!” 구서준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외… 외숙모, 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지금부터 둘째 숙모 찾는 걸 도울게요, 그 진짜 둘째 숙모 말이에요. 그리고 이제 막 돌아온 그 숙모 감시도 할 게요. 그럼… 제가 잘못한 거랑 퉁쳐주실 수 있나요?” “저리 꺼지세요!” “네, 명령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구서준은 바로 고개 돌려 밖으로 나갔다. 한 두 발짝 걸어갔다가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신세희를 보았다. “외… 외숙모, 근데 여기 제 회사예요. 제가 외숙모 월급 드리는 그 사람이고요…” “꺼지라고요!” 신세희는 진짜 열 받기 직전이었다. “바로 꺼지겠습니다!” 구서준은 바로 도망갔다. 원래 오늘 점심 때 민정아랑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보아하니 몰래 약속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구서준이 도망간 후, 신세희는 남편과 구경민이 약속한 바에 있는 룸에 도착했다. 룸 안에 들어가보니, 구경민은 이미 술에 취해있었다. 2주라는 시간 동안, 남자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난 수염은 정돈되지 않은 그의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다.그의 모든 건 세상에 온갖 풍파를 다 맞은 느낌이었다. 신세희는 차갑게 웃은 뒤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겠지?
신세희는 놀라서 그대로 일어났다. 그녀는 너무 흥분해서 순간적으로 눈물을 흘렸다. “윤희 언니, 언니 지금 어디에요? 그동안 잘지냈어요? 저 언니랑 경민씨랑 헤어진 거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에요? 어디 살아요? 내가 지금 찾으러 갈게요.” 고윤희의 전화를 받은 그 순간, 신세희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녀가 제일 어색해서 누구와 말을 섞어야 할지 몰랐을 때, 고윤희가 그녀에게 건넨 물 한 병과 무엇보다 온화했던 미소였다. 고윤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 잘 지내고 있어요 세희 씨, 배부르게 잘 먹었거든요…”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그 말이, 매우 행복하고 평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신세희가 들었을 때는 그렇게 씁쓸할 수가 없었다. 2주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고윤희가 배부름에 만족할 정도로 삶에 대한 요구가 낮아진 걸까? 배부른 게 제일 큰 행복인가? 신세희는 순간 눈물을 마구 쏟았다. “윤희 언니…”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의 핸드폰을 구경민이 뺏어갔다. “윤희야…” 저편에서 고윤희는 너무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우물쭈물 말했다. “구… 구대표님, 어… 어떻게 세희 씨랑 같이 있어요?” 구 대표님. 그녀는 그를 구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구경민은 이 호칭이 왜 이렇게 거슬릴까? 예전에 그녀는 늘 이름으로 불렀었다. 감정이 깊어졌을 땐 그에게 자주 남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를 구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매우 평온하게 불렀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교점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말해! 지금 어디야! 구경민은 다급하게 물었다. 전화너머 고윤희는 당황한 말투였다. “구… 구 대표님, 제가… 아직도 신세진 게 있을까요? 제가… 그 집에서 나왔을 때 옆에 계셨잖아요, 저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왔어요… 저한테…. 카드 하나가 있긴 했는데, 그것도 대표님 아내분께서 가져가셨잖아요.” “뭐라고?” 구경민은 인상을 깊게 찌푸리고 소리쳤
고윤희는 처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 제 욕심이었죠, 다른 사람 돈 2억을 탐내는 게 아니었…” “그 여자가 때렸잖아요! 그리고 죽이려고 했다고 했죠?” “네, 만약 산에서 절 누군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어제 저녁에 산 꼭대기에서 죽었을 거예요.” “망할 년, 걘 죽어도 싸요!” 신세희는 갑자기 화를 냈다. 고윤희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괜찮아요 세희 씨, 나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 배부르게 먹었고 춥지도 않아요. 그냥 2주동안 세희 씨를 안 만나서, 갑자기 그 일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내가 저번에 병원 가서 난리치는 바람에, 세희 씨 곤란하게 만든 건 아니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난 괜찮아요 언니, 내 일은 이미 해결됐어요. 내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언니 어디에요? 내가 데리러 갈까요?” 신세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그… 구 대표님이… 저보고 빚진 거 갚으라고 하지 않나요?” 고윤희는 또 걱정하며 물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경민이 다시 신세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었다. “윤희야, 너 어딨어? 알려주면 내가 거기로 갈게! 들어봐, 넌 너무 멍청해서 밖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없어, 그러니까 돌아와!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뭐… 뭐라고 했어요?” “돌아오라고!”구경민이 명령했다. 그는 사실 명령을 한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급했던 거였다. 하지만 고윤희가 듣기엔 그의 말투는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고윤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윤희야, 윤희야…” 전화에선 이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세희는 분노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민을 보았다. “구경민 씨! 당신은 진짜 멍청해요! 당신네 그 최여진이 언니를 죽일 뻔했다고요! 근데 또 지금 그런 명령조로 돌아오라고 하면 언니가 당연히 놀라죠. 바보 같이 그것도 모르냐고요!” 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만약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이런 식으로 구경민에게 말하지 않았을 테다. 그래도 구경민은 부소경
말이 끝난 뒤, 고윤희는 자신을 밤새 돌봐준 할머니를 보고 온화하고 감격스럽게 말했다. “어머님, 감사해요. 제가 원래 당분간 여기서 살면서 보살펴 드리고, 은혜를 갚으려고 했는데, 지금 저를 죽이러 사람들이 쫓아와서 가야겠어요. 저한테 베푸신 은혜는 나중에 와서 보답할게요.”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얘야, 너도 참 팔자가 사납구나, 우리 아들처럼 말이야.”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보고, 또 눈 앞에 있는 한씨를 보았다. 한진수는 온화하게 울었다. “아니면 제가 저희 어머니 업고 나가서, 같이 다른 곳으로 떠날까요? 같이 북쪽으로 갈래요?” “......진수 씨, 그… 무슨 뜻이에요?” 한진수가 말했다. “말투 들어보니까 이쪽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요. 남성은 남쪽이라 말투가 좀 부드러운 편인데, 그쪽은 완전 말투가 북쪽 같아서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도 북쪽에서 왔어요.” “그럼… 이 산에서 오래 살았던 분이 아니신가 봐요?” 한진수가 말했다. “맞아요, 저랑 저희 어머니도 갈 곳이 없어서 이 산에 머무르게 된 거예요. 원래 이번생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매일 산 속에서 좋은 약재들로 어머니 병을 좀 고쳐드리고, 저도 그냥 이렇게 살아가면서 여생을 마감하려고 했죠.” “진수 씨, 오빠도 예전에 억울하게 사셨어요?” 한진수는 처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쪽이랑 비교하자면 비슷하죠.” 그녀는 바로 동정이 가득한 눈으로 한진수를 보았다. 그럼과 동시에 속으로 의지할 곳이 생긴 것 같았다. 그녀는 한진수를 보면서, 그가 지금까지 당했던 일들을 들었다. 한정식의 본명은 사실 한정식이 아니었다. 이건 그가 남성에 와서 어느 외동가정의 사위가 된 후에 누군가 한정식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거였다. 그의 본명은 한진수였다. 한진수는 북쪽에 있는 작은 산속 마을에서 태어났고, 또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당시에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집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어머
나중에 그는 남성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홀로 남을 어머니가 걱정이었다.결국 한진수는 직장을 구하면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웃에게 어머니를 맡겼다.한진수는 성실하고 고된 일 마다하지 않으면서 일 머리도 있는 사람이었다. 대도시인 남성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는 원하던 직장을 찾았다.그가 일하는 곳은 옷을 만드는 공장이었다.그가 맡은 업무는 매일 재봉틀과 씨름해야 했다.남자가 이런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들은 이런 건 여자나 하는 일이라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하지만 한진수는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에 임했다.그 해 설, 한진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 성품 좋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게 그의 꿈이었다.그렇게 1년이 더 지나고 한진수는 400만원이라는 큰돈을 모았다.그는 거금 400만 원을 가지고 2년 만에 귀향길에 올랐다. 20년 전에 400만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다. 최소한 고향에 돌아가서 결혼할 자금으로는 충분했다.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그는 뜻밖의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침대에서 운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어머니에게 여러 번 물어서야 그는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머니를 맡겼던 이웃은 매일 어머니에게 한끼 식사만 제공했는데 그것마저 전부 먹다 남은 음식이었다.가끔은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이틀에 한 번 집에 먹을 것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이웃은 한진수가 보낸 생활비로 마을에 으리으리한 기와집까지 지었다.한진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기에 억지로 화를 참았다. 그리고 앞으로 잘나가게 되면 이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제대로 복수하겠다고 결심했다.그렇게
한진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름도 모르는 구석진 시골에서 올라온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남자들이 싫어하는 의류 공장에 취직해서 4년을 일한 게 전부였다.사장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그도 납득할 수 없었다.아주 유혹적인 제안이지만 바로 좋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그는 천성이 착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한정수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사장님, 제 어떤 점을 예쁘게 봐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갑작스러워서요.”사장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네가 쓴 글을 우연히 봤어. 글자가 참 단정하고 곱더라고. 어느 날 너희 팀 팀장이 집에 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웠는데 넌 팀장 대리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어. 업무 보고서도 아주 깔끔했고. 내 눈은 틀리지 않아.”한진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너 고등학교는 졸업했지?”사장의 질문에 한진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장님.”“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을 포기한 거야?”사장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한진수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제 고향은 아주 가난한 마을입니다. 근처에는 남성처럼 이렇게 큰 공장도 없어서 많은 청년들이 밭일을 하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사장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한진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정을 이야기했다.“나한테 딸이 한 명 있는데 너보다 두 살 많아. 대학 졸업한지 2년이 넘어. 그 애가 대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부주의로 임신을 했어.”한진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사장이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애가 출산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남자애는 해외로 떠났지. 분을 참지 못한 우리 애는 죽자는 심정으로 2층 자기 방에서 뛰어내렸어. 그렇게 한쪽 다리를 잃었지.”“진수야, 넌 외모도 출중하고 학교 교육도 어느 정도 받았으니 난 네가 무척 마음에 들어. 네가 우리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온다면 내 재산은 나중에 네 것이 되는 거야. 앞으로 네가 우리 공장을 관리하게 되면 남의 눈치를 보며
그날은 그의 어머니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한진수의 설명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데릴사위가 수치스럽다는 건 다 옛날 얘기야. 데릴사위가 어때서? 넌 여전히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이야. 그 집에 입적해도 네 아이는 내 손주야.”한진수도 웃으며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가 괜찮으시다니 저도 좋아요. 결혼하면 어머니도 도시로 모셔올게요. 사장님께서 그러시는데 신혼집으로 남성에 2층짜리 별장을 사주신대요. 그때가 되면 엄마도 남성으로 와서 우리 같이 살아요.”그의 어머니는 입가가 귀에 걸려서 기쁨에 겨워 말했다.“그래, 그래. 이 엄마도 드디어 복 받을 날이 오는구나.”그렇게 모자가 상의를 마치고 일주일 뒤, 한진수는 사장에게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그는 자신이 이로써 출세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한진수는 예의 바르면서도 대범하게 사장에게 말했다.“저도 이 집의 가족이 되었으니 남자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회사 일도 배울게요. 경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꼭 노력해서 이 집안의 기둥이 될게요.”이건 그가 장인에게 한 약속이었다.장인에 베푼 친절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생각했다.나중에 결혼한 뒤에도 한진수는 자신의 약속을 성실히 지켰다.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아이도 자신의 아이처럼 사랑해 주었다.다리 한쪽이 불구가 된 아내도 극진히 보살폈다.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장인 장모에게도 효를 다했다. 그가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장인 장모도 전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한진수는 경영에 재능이 있었다.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공장 매출은 전보다 두 배나 올랐다.아내와 혼인신고를 한지 반 년이나 지났지만 처가에서는 결혼식 얘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어느 날, 기분이 무척 좋았던 그의 아내는 멀쩡한 다리를 그의 배에 올리며 그에게 말했다.“자기,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결혼식 얘기가 없는지 알아?”한진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만 흔들었다.아내가